개요

갑자기 작업실 레이아웃을 좀 바꿔보고자 하는 마이붐이 일었습니다. 원래 목적은 돈을 아주아주 많이 모아서 방을 두 개의 부분으로 나누고, 안쪽에 뮤지쿠스 아니면 유사한 성능이나 가격대의 차음(방음)부스를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만, 다음의 몇 가지 이유 때문에 기각되었습니다.

  1. 돈이야 열심히 모은다고 쳐도, 사실 그렇게 열심히 돈을 모아둔 것을 털어서 뮤지쿠스를 두는 건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2. 아무튼 세로로 긴 방을 가로로 쪼갠 다음 그 안쪽에 또다시 세로로 긴 방을 구축해야 하는데, 책상의 가로길이가 넓어서 결국 정사각형에 가까운 방음부스를 구매해야 했습니다.
  3. 여기서 작업을 해보고 방송을 해본 결과, 솔직히 방음부스까지 필요가 없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 지 모르겠습니다만,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닥 방해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의 레이아웃을 원래대로 두는 건 두 가지 이유에서 조금 내키지 않았습니다. 위 그림이 원래의 레이아웃입니다.

  1. 데드스페이스가 너무 많은 구조였습니다. 결국 수납할 공간도 마땅치 않고, 책상 양쪽으로 길게 데드스페이스가 생겼는데 이 길고 좁고 전선줄이 널려있는 구간을 일일이 청소하기에는 생각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2. 방이 여전히 정사각형에 가까운 구조이긴 합니다. 사실 방 전체를 놓고 보면 완전히 정사각형은 아닙니다만, 방 뒤쪽의 옷장과 다용도실로 인해 상당히 정사각형에 가깝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리저리 가구를 배치해보다가, 결국 방법은 세로로 긴 방을 또다시 세로로 쪼개어, 좁고 긴 작업공간 하나와 수납공간 하나로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수납공간이 솔직히 많이 좁았습니다. 폭이 약 90센티미터 정도 되는 구조인데, 이 정도면 깊이 40센티미터 정도의 수납장을 가정하고 수납을 하기엔 매우 애매한 사이즈입니다. 물건을 넣고 빼는 것도 어렵고요. 그래서 가벽을 두고 창고처럼 쓸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저는 사실 오픈형 수납공간. 그러니까 전시공간 이 너무 갖고 싶었던 겁니다.

어쩌다 페이퍼팝의 종이방이 떠올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방음부스를 결국 포기하자니 얼마 전에 본 페이퍼팝의 종이방이 문득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이 종이방이 엄밀히 방음부스 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차음은 기대해 볼 수 있다면 보컬 연습공간이나 녹음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좀 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사실 여기가 방송하기에는 괜찮아도 본격적인 녹음을 하기엔 애매하긴 합니다. 주변 자동차 소음이 있거든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결정한 구조는, 아까와 같이 방의 세로길이를 또 세로로 나누되, 좁은 쪽에는 페이퍼팝의 종이방을 넣고, 종이방과 책상의 경계를 기준으로 패브릭 커튼을 치고, 입구 쪽에 종이방과 폭과 높이가 동일한 오픈형 수납장을 두는 구조였습니다. (아직 수납장과 커튼을 구매하진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작업 공간의 넓이나 규격도 적당해지고, 데드스페이스도 최소화하며, 녹음 부스도 생기며, 수납 공간도 만들 수 있고, 작업 공간의 양 옆을 이불커튼이 감싸고 있을 예정이라 흡음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 인테리어를 위해 지출해야 할 비용 역시 제가 생각해본 레이아웃 중에서 가장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종이방이 정가가 35만원이긴 한데, 당장은 20만원에 팔고 있거든요. 에... 방음천을 더하면 29만원이긴 한데, 뭐 그래도 뮤지쿠스에서 유사한 걸 구매한다고 하면 아래가 다 뚫려있는 부스에 60만 원입니다. 확실히 저렴하긴 하지요.

주문

그렇게 매우 홀린듯 페이퍼팝의 종이방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페이퍼팝 공식몰에서도 버젓이 안내하고 있는 이것을요...

아무래도 저는 성인 남성도 아니고 2명도 아니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해당 제품은 성인 2명이 조립하길 권하고 있고, 리뷰를 보면 여성 1인이 조립했을 경우 대부분 평가가 좋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페이퍼팝 가구 조립에 상당한 짬이 있는 편이었습니다. 진짜루요. 가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우선 페이퍼팝부터 돌아보고 결정할 정도니까요. 저한테 필요없었던 걸 제외하곤 엔간한 건 다 써봤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페이퍼팝 조립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와중에 그걸 다 혼자서 해냈던 사람입니다.

솔직히 종이방의 거대함을 보고 조립이 개빡셀거란 걱정을 하긴 했습니다. 그 걱정보다 주문이 앞섰을 뿐이죠.

도착

작업실에 종이방이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고 가보니, 예상한대로 거대한 박스 두개가 위압감을 풍기며 놓여져 있었습니다.

작업실 외부다 보니 모자이크를 했지만, 택배의 거대함과 무게가 전해져오지 않습니까? (정말 1층이라서 다행이었습니다. 3층이나 그랬으면 욕을 좀 먹었을 거에요) 근데 좀 슬펐던 것은, 하필이면 가벼운 쪽을 계단 위에, 무거운 쪽을 계단 아래에 두셨던 겁니다. 가벼운 쪽은 쉽게 안으로 들여보냈지만, 이 무거운 쪽을 계단 위로 그대로 옮기려고 했더니,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굴렸습니다. 데굴데굴...

각 박스에 어떤 부품들이 들어가 있는지 적어두었습니다. 조립설명서와 결합용 플라스틱 부품들은 길고 가벼운 박스에 있습니다.

조립

사실 조립 사진은 하나밖에 안 찍었습니다. 왜냐? 너무 빡센 작업이었거든요. 그렇습니다. 페이퍼팝 짬을 먹은 저에게도 힘들었습니다. 아마 페이퍼팝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이걸로 처음 입문하신 분들은 (그런 분이 있을라나 싶지만) 조금 욕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일단 택배상자에서 종이판을 꺼내 분류하는 시간... 이 시간이 15분 정도 됩니다. 이건 성인남자라고 해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종이방은 초면일 테니까...

이 판, 처음에는 이 판을 길게 눕혀서 연결해야 하는데, 삼면을 눕혀서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방음부스보다 훨씬 큰 2미터 x 3미터 정도의 바닥이 필요합니다. 만약 원룸에 그 정도의 바닥을 비워둘 공간이 없으면 아쉽게도 조립을 못한다고 보시는 게 맞을 겁니다. 저의 작업실에도 없었고요. 그래서 처음 30분을 그냥 헤맸습니다.

하지만 머리를 쓰니까 어떻게든 조립이 가능했습니다. 어떻게 했냐. 테이블 하나를 갖고와서 뒷판을 위에 얹어두고 양 측판을 기울여서 연결하는 식으로 조립을 했습니다. 참고로 이렇게 하면 측판의 가운데 구멍에는 처음부터 리벳을 꽂을 수 없기 때문에, 우선 위아래 리벳을 조립하고 벽체를 바로 세운 다음에 리벳을 꽂아야 합니다.

근데 이렇게 해도 역시 방이 좁긴 좁았는지, 저 노트북이 베이스 위로 떨어질 뻔 해서, 둘다 고장낼 뻔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어떻게 어떻게 해서 살렸고요. 만약 조립하시려는 분들은 바닥을 비워둠과 동시에 주변 전선들도 미리 뽑아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언제 어떻게 걸릴 지 몰라요...

(조립설명서에는 방음부스라고 되어 있긴 합니다...)

이제 측판을 모두 연결하고 벽체를 세웠다면, 그 다음에는 앞판을 연결해야 하는데, 이건 키 155cm 미만의 여성분이나 어린이분의 경우에는 키 160cm 이상의 성인을 동원하셔야 합니다! 제가 159인데 위쪽 구멍에 손이 겨우 닿았구요.

그래도 여기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했다면 매우 이-지하게 끝낼 수 있습니다. 책상 더럽습니다. 이해해주세요... 물론 천장부를 올리기 힘들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천장 올리는 것보다 측판 붙이는 게 더 어려웠습니다..

제가 아마 오후 5시? 5시 반경에 작업실에 도착했던 것 같은데, 이 조립을 마치고 나니 오후 7시가 되어있었습니다. 솔직히 혼자 하면 쉽지 않고요, 아마 둘이 하더라도 바닥에 공간이 없으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진짜 그정도로 조립할 바닥공간이 중요해요...

천장까지 얹었으면 이제 문에 아크릴판 달고, 카펫 깔고 방음천을 붙여서 마무리하면 되는데 방음천을 약간 위로 붙여서 천장과 벽체 사이에 혹시라도 있을 틈을 메꾸어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방음천은 만져봤는데 흡음재가 좀 필요하려나...? 라는 생각이 드는 두껍고 묵직한 커튼이었어요.

차음성능

부스 내부의 사진입니다. 빛이 없어서 노출을 길게 주었습니다. 80센티미터짜리 테이블이 잘 들어가고요, 이쪽에 마이크 같은 걸 설치하게 되지 싶습니다.

자, 과연 연이나는 이 종이방을 방음부스로서 구매했을까요? 물론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방음부스를 구매하길 원했다면 굳이 이 제품을 사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브랜드가 만든 신제품(사실 이젠 신제품도 아닙니다만...) 이라 호기심 반, 아까 말했듯 레이아웃을 효율적으로 채우기 위함이 반의 반, 어차피 이젠 노래 연습을 해야 하니까 그거 때문에가 반의 반 정도.

일단 조립하면서 느낀 차음성능을 약화시키는 주범들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육면이 막혀있는 방이 아니라, 종이로는 5면이 막혀있는 방입니다. 바닥에 카펫을 깔기는 하지만 그렇게 두껍지 않으며, 바닥 사이로 틈이 보이긴 합니다.
  2. 천장과 벽체 사이에 틈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합니다. 저는 이건 제품하자라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이정도면 뭐..
  3. 방음천을 입구부분 제외 3면만 두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입구부분에도 커튼을 하나 달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4. 상술했다시피 방음천의 두께감이 조금 애매했습니다.
  5. 이런 형태의 방음부스라면 저음은 쉽게 통과해버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는 베이스를 치기 때문에 저음을 신경쓸 수밖에 없지만, 애초에 베이스가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의 부스가 아니니 신경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행인 부분은 종이부스라 나름 커스텀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1. 바닥 부분에 충분히 두꺼운 카펫을 더 깔아둘 수 있습니다. 실제 내부 크기보다 조금 크게 제작된 카펫을 깔아 틈을 메꿀 수도 있습니다.
  2. 해당 틈은 그냥 방음천을 잘 붙여서 가릴 수 있긴 합니다.
  3. 입구부분에 찍찍이를 하나 더 붙이고 방음천을 구해서 달면 됩니다. 들어갈 때는 커튼처럼 제끼고 들어가면 됩니다.
  4. 사실 방음재는 있는 것 같고 여기 더해 흡음재만 있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일단 녹음을 한번 안에서 진행해보고 판단하겠습니다. (흡음재가 없다고 판단한 이유는 두께와 양면의 질감이 비슷하다 였습니다)
  5. 앞에서 말했듯, 베이스 연습실로는 어차피 못 쓰는 크기입니다. 노래 위주로 연습하면 됩니다.

다음은 순정 상태의 차음 성능입니다. iPad로 저의 자작곡을 최대한 크게 틀어둔 다음 iPhone으로 촬영 및 녹음을 했습니다.

이 가격대에선 꽤 드라마틱한 차음력을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이패드 스피커 및 아이폰의 마이크가 저음 부분을 꽤 많이 깎아먹기 때문에, 이 점을 유념해서 봐주셔야 합니다. 직접 저의 귀로 듣기로는 소리가 조금 줄어들고 먹먹해진다 정도의 인상이었습니다.

결론

  • 소형 방음부스로서는 나름 가성비 있는 솔루션입니다.
  • 고성능을 기대한다면 종이방도 뮤지쿠스도 아니고... 진짜 방음부스를 알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 중고음역대 차음에 특화되어 있을 듯합니다.
  • 1인가구 / 좁은 원룸 에서는 조립하기 어렵습니다.
  • 조금 더 괜찮은 방음이 필요하다면, 커스텀이 조금 필요합니다.
  • 나중에 이 방의 옆면을 꾸며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흥미가 생깁니다.